일단 내가 한 때 미수다의 열혈(?) 시청자였다는 점을 밝힙니다.
매주 잊지 않고 챙겨보았던 미수다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흥미가 사라졌습니다.
한 때 미수다를 즐겨봤던 건 이상한 한국문화 우월주의에 빠진 매너없는 남희석의
편협한 진행과 주로 남자나 연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제 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생각을 전하려는 그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그런 얘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사고와 이해의 폭을 어느 정도 넓힌 부분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미수다에서 다양한 주제로 민감한 부분도 마음껏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결국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점을 말할 수도 있고 나쁜 점을 말할 수도 있겠죠.
나쁜 점을 말할 때 그게 정당한 비판일 수도 있고 타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순히
편협한 의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판단하는 건 성숙한 시청자들의 몫입니다.
그들이 각 국을 대표해서 나온 사람이나 어떠한 전문가도 아니고
단지 그들이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말할 뿐인데
그들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는겁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베라의 책에 관해서도...
비난하는 사람 중에 원문을 읽거나 제대로 된 해석을 읽은 사람이 몇명이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상에 떠도는 여러가지 버전의 해석을
보이는 대로 읽어봤습니다.
한국인을 근거없이 비하하거나 말도 안되는 내용은 써놨다면 '뭐 이런 애가 다 있어'라고
하고 비난할 수 있겠죠.
그러나 지금의 이 반응이 제대로 검증도 안된 상태에서 어떤 의도된 번역을 보고
(번역마다 뉘앙스가 이렇게 달라지는 걸 보면 어느 누군가 의도적인 번역을 했겠죠)
화를 내고 있다는 걸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외국인의 무례한 발언도 기분 나쁘지만 악의적으로 의도된 번역에 휘둘려
생사람 잡는 데 한몫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아는 것도 기분 나쁜 일입니다.
베라의 편을 들자는게 아니라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한 번 줬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서점 여행관련 코너에 가보면 어떤 나라에 몇년, 혹은 며칠 여행한 정도로
이 나라 국민은, 문화는, 생활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고 있는 서적이 넘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읽을 땐 모르지만 해당 국가의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무례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자주 방문하는 한 커뮤니티에도 베라의 책에 관한 글이 있더군요.
물론 베라를 비난하는 댓글도 함께.
그리고 그 글 뒤에는 외국인에 대한 글이 있었고 댓글에는 외국인에게는 암내가 심하다는
등의 댓글이 서슴없이 달려있더군요.
최근 앨범을 낸 엠씨몽의 노래 제목이 인디언 보이라는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는 글에도 이런 댓글들이 상당수 보였습니다.
외국인인 한국 사람이 그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의미로 쓴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쏜 비난의 화살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그리고 베라 문제와는 별개로
외국인들의 의견에 조금 쏘쿨해질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그렇다면 미수다의 한국남자 찬양 일색 대본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진작 미수다에서 다양한 주제로 외국인들과 얘기하고 한국인과 문화에 대해
오해도 풀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까...


